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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발언대] 평창, `먼저 온 미래`의 현장

이강민 한겨레중학교 가정과 교사


이강민 한겨레중학교 가정과 교사
요즘 TV를 통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무래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라 북한 선수단의 참여가 가장 관심을 끌었다. 필자 학교 공문에는 항상 '먼저 온 미래'라는 메시지를 넣는다. 북한 사람들의 공식 방문은 내 시선에서 먼저 온 '통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과 북이 하나가 돼 입장하는 모습에 매우 감격했다.

북한과 남한 선수단이 단일팀을 이루는 종목들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의 시선을 표현하는 것도 종종 보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도 틀린 의견들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자의 시선은 찬성과 반대의 시선이 아니라 '만약 통일이 된다면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미래'라는 시선이었다. 이런 국제 대회에서만이 아니라 지금은 평범하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길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필자가 처음 학교에 오래 근무하신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선생님은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아주 솔직하게 "저나 부모님들 중에는 이산가족도 없고, 이미 수십 년이 지나서 통일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며, 그냥 각자의 나라 체제로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고, 질문자들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려는 심산으로 "그래도 아직은 이산가족들도 많이 있고, 우리가 한 민족이니 통일이 되면 이익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지금의 시점에 나의 시선은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다.

통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북한 이탈 청소년들과 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선을 넘는 자들'이라는 연극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듣고, 겪은 슬픔의 이야기를 아주 세세하게 잘 그렸으며, 필자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풍성한 남북 분단의 현실을 반영하는 연극이다. 참고로 감독은 지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내용을 보다가 '아 이런 부분 때문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되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남북 분단과 관련해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시선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남녀노소 누구 하나랄 것도 없이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은 접할 이야기다. 그런데 우린 지금 남북 단일팀이라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미 올림픽은 종반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지난 세대에서 이루지 못한 통일의 숙제도 갖고 있다. 

현시대에 이 숙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음 세대로 넘길 것인가는 우리들의 공통적인 숙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숙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응원한다. 대한민국. 한반도.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