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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오해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갈등을 겪는 두 인물이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나왔다. 허영심 가득한 인물이 짜증을 내며 "공정무역 커피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하고, "먼 나라 커피 농장 사람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으냐"라는 대사로 이어지는 잠깐의 장면이었다. 몇 년째 공정무역에 대해 연구하고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이 잠깐의 장면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기존 무역은 생산에서 유통되는 과정까지 사회적 약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환경오염을 외면하기도 하는 등 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방식을 통해 거래됐다. 그렇지만 공정무역은 이러한 방식의 대안으로 나오게 됐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린이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생산지에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한다. 또한,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제품들이다. 공정무역의 제품으로는 커피 이외에도 다양한 품목의 제품들이 있다.

이런 공정무역 커피를 드라마 상에선 주인공이 마치 허세를 부리는 수단으로 묘사되어 눈살이 찌푸려졌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드라마를 봤을 때 받는 첫인상이 어떨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상대 배우의 대사에도 신경이 쓰이긴 마찬가지다. 실제로도 공정무역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던 말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이 아니더라도 거리가 가깝든 멀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의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제품과 대사들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드라마에서 공정무역과 같은 내용이 다루어질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글짓기로 써낸 한 문장을 인용해서 저 드라마 상황 속에 마무리 대사로 넣어보고 싶다.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말은 지구를 돌고, 돌아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요. 공정무역 커피는 먼 나라의 커피 농장 사람들뿐 만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에게 혜택을 주는 일이죠"

요즘 너무나도 당연한 '공정'함에 많은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시기다.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잊게 해주는 드라마에서 종종 공정함의 갈증을 해소해주길 기대해본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아주 작은 실천방법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늘빛중학교 가정과 교사 이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