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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SNS `착한 진화`…20~30대 스마트한 기부

댓글 달때마다 김치 3포기, 트위터ㆍ페이스북엔 나눔행렬




"우연히 페이스북에 링크된 댓글을 클릭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지난달 말 서울 화곡동 KBS 88체육관 강당에서 난생 처음 김장 김치를 담가 본다는 한 청년 자원봉사자가 연신 땀을 훔치며 한 이야기다. 이 친구뿐만 아니다. 1320㎡(400평)가 넘는 널찍한 강당은 김장 김치를 담그는 20~30대 청년 자원봉사자 300여 명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강원도 철원 어느 공부방 어린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후 직접 돕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블로그사이트 티스토리(tistory)에서 블로그 '맛나눔나우'를 운영하는 이강민 씨(26)는 "블로그에서 온라인으로만 알던 회원들끼리 이번 기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들어진 1만2600포기 김치는 저소득층 공부방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20~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한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자기들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나눔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CJ도너스캠프재단'은 지난 6월부터 '소셜 기부'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기부 사연에 달린 댓글만 1만3000여 개다. 

네티즌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본인 SNS 계정으로 이 사이트에 접속한 뒤 매달 업데이트되는 기부 테마에 대해 댓글을 단다. 기업은 댓글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에 따라 기부 규모를 결정한다. 

지난달 '김장김치 선물' 사연에 대해서는 댓글 하나당 김치 3포기를 기부했다. '김치 담그는 날'로 정한 지난달 19일 '김장김치 선물' 사연에 댓글을 단 네티즌 수백 명이 직접 김치를 담그며 오프라인 나눔 활동에 동참했다.

CJ 관계자는 "온라인의 편리성ㆍ즐거움과 더불어 오프라인 만남의 끈끈한 유대감까지 얻을 수 있어 젊은 층들의 호응이 크다"고 전했다. 

소셜 기부에 대한 젊은 층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모금단체의 기부 문화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행복주식거래소 리트윗(RT) 기부'는 트위터에 올라온 사연을 RT하는 횟수만큼 사연의 주인공에게 기부금이 돌아간다. 

모금회는 RT 한 번에 5000원,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또 조만간 트위터 사연을 소개하는 봉사단체인 '트친(트위터 친구들의 줄임말) 열매단'을 꾸릴 예정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온라인 모금을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직접 '기부'를 목표로 하는 벤처회사를 창업한 대학생들도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마중물'은 장학금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생들을 돕기 위해 만든 소셜벤처다. 

기부받을 사람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외국의 소셜기부 사이트 키바(www.kiva.org)를 벤치마킹한 이 회사는 매학기 10명 정도의 수혜자를 선정해 그들의 사연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이 학생들의 사연을 보고 후원하고 싶은 학생을 선택해 원하는 만큼 장학금을 지원했다.

 

20대 청년 4명이 만든 '트리플래닛'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환경기부를 실천하는 회사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게임 형태의 앱을 다운받아 나무를 한 그루 키워내면 가나, 몽골, 인도네시아 등에 실제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식으로 친환경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24)는 "지난해 3월 회사를 설립한 후 10만명의 네티즌들이 환경보호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NS를 활용한 스마트 기부가 시대의 화두가 될것으로 진단했다.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